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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핑/뷰티] BTS도 '쿨거래', 일상의 놀이 된 중고 거래 (조선일보)

2020.01.23
'중고'가 변했다. 과거 빠듯한 살림에 선택하는 궁여지책이었다면 요즘은 놀이 문화로까지 진화했다. '아무튼, 주말'이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한 설문(20~60대 남녀 1535명 대상)을 곁들여 중고에 빠진 한국을 들여다봤다.


BTS도 '쿨거래'

일상의 놀이 된 중고 거래

(조선일보)


[일러스트: 조선일보 안병현]



"입금했습니다. 운포(운송료 포함) 맞나요?" "혹시 정말 실례지만 방탄 랩몬스터(RM)님 맞으세요? 주소랑 이름을 보니 맞으신 것 같은데…(중략)." "감사합니다."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 리더 RM에게 중고 바지를 팔았다는 한 네티즌 글이 화제를 모았다. RM으로 추정되는 구매자와 주고받은 문자, 그가 팔았다는 바지를 입은 RM 사진까지 올라왔다. 글로벌 팬덤을 몰고 다니는 BTS 멤버가 알뜰하게 택배비까지 챙겨 중고 거래하는 모습에 팬들이 열광했다.

'중고'가 변했다. 과거 빠듯한 살림에 선택하는 궁여지책이었다면 요즘은 놀이 문화로까지 진화했다. '아무튼, 주말'이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한 설문(20~60대 남녀 1535명 대상)을 곁들여 중고에 빠진 한국을 들여다봤다.


매체를 통해 중고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대 전후 벼룩시장(1990년 설립)·교차로·가로수 등 생활 정보 신문이 등장했을 때다. 구인·구직란과 함께 '삽니다' '팝니다' 코너가 있었다. 남이 쓰던 물건을 께름칙하게 여기던 시절이라 주 소비층은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서민들이나 자취생이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중고는 어쩔 수 없이 사는 물건이 아니다. '중고 물건에 거부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없다(전혀 없다 9.5%, 없는 편이다 31.4%)'는 응답자가 40.9%로 '있다(조금 있다 22.5%, 매우 크다 11.7%)'는 사람(34.2%)보다 많았다. 한국 사회의 '신상품 맹신'이 깨지고 있다는 얘기다.


"중고 앱에서 산 장난감 블록을 받으러 판매자 집을 찾아갔더니 부자들만 산다는 최고급 아파트였어요. 산후조리원 동기는 거래 성사된 어린이 매트를 받으러 갔더니 유명 야구 선수 집이더래요." 워킹맘 박지은(가명·34)씨는 "요즘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치 소비' 관점에서 있는 사람들도 중고 거래를 많이 한다"고 했다.

중고가 일상이 됐다. 지난 1년간 중고 물건을 사고판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8.3%가 있다고 답했다. 이 중 4.2%는 10회 이상 거래한 중고 마니아. 가장 즐기는 연령대는 30대(있다 65.4%), 다음은 40대(60.8%)였다.

중고 거래는 시대의 초상. 지는 해, 뜨는 해가 보인다. 직장인 이성훈(가명·39)씨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 주기적으로 무료 쿠폰을 올린다. 업무상 카페 미팅이 잦아 무료 음료 쿠폰이 금방금방 쌓인다. 판매 가격은 장당 3500원. "구매자 입장에선 무료 쿠폰을 3500원에 사서 그린티 프라푸치노 같은 6000원대 음료를 마시면 3000원 가까이 이득이죠. 올리는 족족 팔려요."

최근 1년간 중고 거래로 팔거나 산 제품(복수 응답) 설문에서 도서·티켓(31%)이 1위를 차지했다. 무료 쿠폰까지 거래하는 알뜰함이 반영된 결과다. 의류·잡화(30%), IT 기기(20%) 등이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건 반려동물 용품(6%). 최근 등장한 카테고리다. 500원짜리 중고 강아지 옷, 1000원짜리 쓰던 햄스터 식기까지 나온다. 

  

"22년간 잘 사용했던 대전시티즌을 내놓습니다. 경기장 상태 좋고요, 팬들 열정도 뜨겁습니다." 지난해 11월 중고나라 사이트엔 'K리그 대전시티즌FC 쿨거래(판매자·구매자 모두 만족하는 거래) 하실 분'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거래 희망 지역은 '월드컵경기장역', 가격은 창단 연도에 착안한 1997원이었다. 지난해 4월엔 '쿨거래, 금호아시아나항공 팝니다'라는 게시물이 등장했다. '김포공항에서 직거래 희망'이라는 재치 있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작년부터 등장한 이른바 '중고 놀이'. 실제 거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사회 이슈를 중고 거래 형식으로 패러디한 놀이다.

20대에서 중고 거래를 하는 이유(복수 응답)로 '가격이 저렴해서'(58%) '오래 사용하지 않을 물건이라서'(25%) 다음으로 '재미'(21%)를 꼽은 것과 궤를 같이한다. 유승훈 실장은 "인터넷 중고 카페가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오는 곳이다 보니 물건을 거래하는 장 기능뿐만 아니라 놀이터가 됐다. '병맛(B급)' 유머 코드가 생기면서 젊은 사람들이 더 몰리고 있다"고 했다.

'취향'이 중고 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레고 '덕후'인 직장인 이정민(가명·26)씨는 중고 거래로 미니 피규어를 판다. "애정을 담아 모았던 물건을 그냥 버리기는 싫었다.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어 중고 거래를 한다"고 했다. '취향 공동체'가 '중고 공동체'로 이어진다.


중고 마켓을 찾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알뜰 DNA를 지닌 사람들. 고수끼리 많이 쓰는 방법이 지하철 개찰구에서 주고받기다. 구매자가 판매자 근처 지하철 역으로 가면 판매자가 개찰구 앞으로 물건을 들고 나온다. 구매자가 돌아가는 교통비를 절약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혹,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이 보인다면 '거래'를 목전에 앞둔 그들일지 모른다.



조선일보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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