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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 데이트 비용 '남자가 다 낸다' 12%, '남여 반반'은? (조선일보)
2022.10.20
데이트 비용 '남자가 다 낸다' 12%,
'남여 반반'은?
"밥이랑 간장만 먹나요? 여자친구가 있다면서 고정 데이트 비용은 왜 없죠?" "여친 만나면 하루 5만원은 기본으로 나가는데, 한 달 생활비 50만원이라니 둘다 집돌이, 집순이인가요?"
지난 3일 조선닷컴에 소개된 '월 200만원 저축하는 20대 청년'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한 달에 200만원 저축한다는 20대 청년 스토리에 독자들은 "기사에 현실성이 전혀 없다"면서 가상의 인물이라는 주장까지 펼쳤다. "서울에서 데이트하면 한 달에 50만원은 족히 쓰는데, 월 생활비가 50만원인 청년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남자 기생충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왕개미연구소]는 청년 A씨에게 다시 연락했다. 그는 19일 인터뷰에서 "한 달 50만원으로 생활하려면 빠듯하고 진짜 힘들긴 하다"면서 "평일엔 점심을 모두 회사에서 먹고, 저녁은 집에서 해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격론이 일어난 '데이트 비용'도 물어봤다. "데이트 비용은 내가 7, 여자 친구 3의 비율로 나누는데, 한 달 데이트 비용은 내 경우 30만원"이라고 했다. "이번 주 조금 비싼 식당에 갔으면 다음 주는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는 식으로 비용을 세이브한다"고 말했다.
뜨거운 사랑의 온도를 유지하려면 적잖은 비용이 든다. 식사, 드라이브, 영화 관람 등 데이트 활동의 대부분은 경제 활동이다. 고물가 시대, 청춘들은 데이트 비용을 어떻게 지출하고 있을까. [왕개미연구소]가 지난 11일 SM C&C 설문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의뢰해 성인 남녀 4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다.
그랬더니 남녀가 데이트 비용을 반반씩 내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전체의 38.2%로 가장 높았다. 남성이 데이트 비용의 70%를 낸다는 경우가 25.6%로 그 다음으로 많았고, 60%를 낸다는 비율은 18.1%였다. 여성이 더 많이 내거나 전액 낸다는 비율은 5.8%였다.
<내 통장 사용설명서 3.0>의 이천 저자는 "남성의 경우 군대 등으로 취업이 늦어져서 여성 쪽 경제력이 더 높은 경우도 많다"면서 "동갑인 경우엔 남녀의 경제력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연포족(연애 포기족)이 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청춘의 재테크 상담소>를 쓴 저자 스케치씨는 "연애는 소비가 아니라 더 좋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삶의 투자"라면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연애를 포기하면 삶에서 중요한 성장 하나는 놓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남녀 사이에 발생하는 경제 활동을 데이트 통장(일명 데통)으로 해결하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데이트 통장은 청춘 남녀가 데이트 비용을 편리하게 관리하기 위해 만드는 일종의 커플 통장이다.
물론 데이트 통장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이번 [왕개미연구소] 설문 조사에서도 '연인이 데이트 통장을 만들자고 하면, 흔쾌히 만들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38.6%에 그쳤다. 오히려 '연인이 아니라 남 같다'면서 그런 말을 하는 연인과 단칼에 헤어지겠다는 응답자가 8.2%에 달했다.
재테크 고수들의 의견은 어떨까. 금융 전문가들은 데이트 통장이 있으면 자칫 문어발처럼 늘어나기 쉬운 데이트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데이트 통장을 계기로 남녀가 경제적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하면 사랑과 신뢰도 쌓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명열 한화생명 투자전문가는 "당사자끼리 공감이 형성되고 경제적 갈등 없이 이용할 수 있다면, 데이트 통장이야말로 연애 비용을 합리적으로 부담하는 방식"이라며 "자칫 분위기나 기분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데이트 지출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계획적인 소비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데이트 통장을 만들기로 합의했다면,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에요. 내돈도 네돈도 아닌 공금이라는 생각에 어느 한쪽에서 임의로 인출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합니다. 한 달 데이트 횟수와 평균 지출액을 따져서 납입액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에요.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모으는 것도 유의해야 해요. 또 헤어질 때 통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미리 명확히 정해두면 좋겠죠."
조선일보 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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